#시/영상시
어머니의 저항(Ω) / 하린
경호...
2012. 10. 9. 00:22
어머니의 저항(Ω)건전지 갈아 끼우듯 여자를 바꾸던 아버지가 안방에 들어서면 스파크가 튀는 밤이다 두꺼비집에 두꺼비가 없다는 걸 이미 알고 있는 나는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 저항 한 개를 추가하며 꼬마전구처럼 소심하게 깜빡거리고만 있다 아버진 뒤늦게 어머니와 접속을 시도하지만 어머닌 차단기 내린지 오래 전압이 센 할아버질 수발한 이력을 어머니가 토해낼 때마다 양과 음이 쪽쪽 빨아대는 전류의 본능만 탓하는 아버지 어머닌 한이 충전된 배터리를 꺼내 아버지 몸속에서 헤엄쳐 다니는 여자들을 지져댄다 눈이 뒤집힌 여자들이 하나둘 꽁무니를 뺄 때 아버진 수명 다한 필라멘트처럼 퍽 맥이 풀린다 과부하가 걸리는지 면상에 손가락까지 찔러대는 어머니 오긴 왜 와? 여기가 어디라고! 급기야 하늘과 지상 사이에 퓨즈가 나가는 소리 이승과 접속이 끊기는 소리 살벌하게도 튄다 어휴, 난 어머니가 차려준 전기만 먹고 살아야지 눈물이 마르지 않는 희한한 발전기를 몸 안에 단 어머니 다 타버린 향불 앞에 독주 한잔 따라 올리며 40년이 넘은 울음센서 스위치를 누른다 누전(漏電)인지 누전(淚田)인지…… 제삿밥도 못 먹은 방전된 아버지, 내년에도 또 오실라요? . . . 詩 / 하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