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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에 깃들어 / 천양희

경호... 2012. 7. 1. 14:50

 

 

 

 

 

 

 

구름에 깃들어 / 천양희


누가 내 발에 구름을 달아 놓았다
그 위를 두 발이 떠다닌다
발 어딘가, 구름에 걸려 넘어진다
生이 뜬구름같이 피어오른다 붕붕거린다

 

이건 터무니없는 낭설이다
나는 놀라서 머뭇거린다
하늘에서 하는 일을 나는 많이 놓쳤다
놓치다니! 이젠 구름 잡는 일이 시들해졌다
이 구름, 지나가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리라

 

구름기둥에 기대 다짐하는 나여
이게 오늘 나의 맹세이니
구름은 얼마나 많은 비를
버려서 가벼운가

 

나는 또 얼마나 많은 나를
감추고 있어서 무거운가
구름에 깃들어
허공 한 채 업고 다닌 것이
한 세기가 되었다


 

 

비 / 천양희

 

쏟아지고 싶은 것이

비를 아는 마음이라면

그 마음

누구에겐가 쏟아지고 싶다.

퍼붓고 싶다.

 

퍼붓고 싶은 것이

비를 아는 마름이라면

그 마음

누군에겐가 퍼붓고 싶다.

쏟아지고 싶다.

 

 

 

간절곶 시편 / 천양희 
               

어제는 간절곶에 가서
산 세월이 무거운 사람들과
간절한 사연 몇 편 적었더랬습니다
쓰다가 못 쓰면
눈물로 점을 찍었지요
물새들이 새 발자국을 찍었는지
모래밭이 아주 환했습니다
장문을 물길이 아니라도
수평선 따라 가는 길은
물결소리 단편처럼 간절했습니다
나는
쓴 것으로 약을 삼은 문장 앞에서
주저앉습니다
쓰지 못한 것은 정작
간절곶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