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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혹은 사랑 / 이재무
경호...
2012. 4. 28.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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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혹은 사랑 / 이재무
못 박는다 벽은 한사코, 들어오는 막무가내의 순애보 밀어내고 튕겨낸다 그러나 망치 잡은 두툼한 손의 고집 벽은 끝내 막을 수 없다 일자무식하게 꽝꽝 박을 때마다 진저리치는 벽, 아주 인색하게 몸 열어 관계 받아들인다 단단한 살 헤집어 가까스로 뿔내린 자의 저 단호하고 득의에 찬 표정을 보라 벽은 못 품고 살아간다 들어올 때 아퍼서 울던 울음 뒤 생긴 상처 아물면서 못은 비로소 벽의 일부로 살아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아주 먼 훗날 못은 벽 떠날 날 올지 모른다 그날의 벽은 이제 제 안에 깊숙이 박힌 사랑 내주지 않으려 끙끙 앓으며 또 한 번 검붉은 녹물의 설움 질질 짜낼 것이다
이재무 시인 충남 부여 출생. 한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석사과정 수료. <삶의문학> <실천문학> <문학과사회> 등에 시를 발표하면서 문단에 등단(1983년). 시집 <섣달 그믐>, <온다던 사람 오지 않고>, <벌초>, <몸에 피는 꽃>, <시간의 그물>, <위대한 식사> <푸른 고집> 산문집 <생의 변방에서>, 공저 <우리시대의 시인 신경림을 찾아서>, 편저 <대표시, 대표평론> 난고문학상. 윤동주문학상 수상. 현재 추계예술대학교, 청주과학대, 한남대학교, 한신대학교 대학원, 등에서 시창작 강의를 하고 있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