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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기다림 / 김현태

경호... 2012. 4. 28. 00:10



    천년의 기다림
    김현태 부디 내가 죽어 누울 자리가 몸뒤척일 틈조차 없는 그런, 옹색한 무덤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그대에게 편지를 쓰다가 내 벅찬 그리움, 연필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때 가끔은 밤하늘 보며 그대 이름 부를 수 있게 그러다가도 여전히 내 그리움 식지 않을 때 이리저리 몸뒤척일 수 있도록 내 몸 크기 만한 공간이 더 있었으면 좋겠다 어둠 속에서 내 살점이 점점 수축하고 내 뼈들이 점점 퇴색할지라도 아침에는 이불을 개고 낮에는 양치질하고 저녁에는 기도를 하며 내가 죽었다라는 사실조차 망각하며 살았으면 좋겠다 때때로 햇님과 개미와 지렁이와 그리고 아카시아 넝쿨과 별님에게도 이참에 맘껏 귀기울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다가 내 차례가 다가오면 그대 이름 은근슬쩍 그들에게 자랑했으면 더욱 좋겠다 언젠가 그대도 나와 같이 이 늑늑한 지하의 주인이 될 때 여태 부치지 못한 편지로 그대 베개를 만들고 뜨거운 가슴으로 불 밝히고 아직도 부끄러운 이 마음으로 그대 이불을 촘촘히 짜겠다 그리하여 그대와 함께 하지 못했던 순간보다 더 영원히 함께 할 수 있다면, 내 옆 빈자리에 그대와 나란히 누울 수만 있다면 백 년을 아니, 천 년을 기다려도 한없이 한없이 좋겠다
            Je Pense A Toi (내 가슴에 그대를 담고) Richard Ab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