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태
부디
내가 죽어 누울 자리가
몸뒤척일 틈조차 없는
그런,
옹색한 무덤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그대에게 편지를 쓰다가
내 벅찬 그리움,
연필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때
가끔은 밤하늘 보며 그대 이름 부를 수 있게
그러다가도 여전히 내 그리움 식지 않을 때
이리저리 몸뒤척일 수 있도록
내 몸 크기 만한 공간이 더 있었으면 좋겠다
어둠 속에서
내 살점이 점점 수축하고
내 뼈들이 점점 퇴색할지라도
아침에는 이불을 개고 낮에는 양치질하고
저녁에는 기도를 하며
내가 죽었다라는 사실조차 망각하며 살았으면 좋겠다
때때로
햇님과 개미와 지렁이와
그리고 아카시아 넝쿨과 별님에게도
이참에 맘껏 귀기울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다가 내 차례가 다가오면
그대 이름 은근슬쩍 그들에게 자랑했으면 더욱 좋겠다
언젠가
그대도 나와 같이
이 늑늑한 지하의 주인이 될 때
여태 부치지 못한 편지로 그대 베개를 만들고
뜨거운 가슴으로 불 밝히고
아직도 부끄러운 이 마음으로 그대 이불을 촘촘히 짜겠다
그리하여 그대와
함께 하지 못했던 순간보다
더 영원히 함께 할 수 있다면,
내 옆 빈자리에 그대와 나란히 누울 수만 있다면
백 년을
아니, 천 년을 기다려도 한없이 한없이 좋겠다
Je Pense A Toi (내 가슴에 그대를 담고) Richard Ab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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