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빈 강
-성효원(成孝元, 1497-1551), 원루기몽(院樓記夢)-
情裏佳人夢裏逢 相看憔悴舊形容 정리가인몽리봉 상간초췌구형용 覺來身在高樓上 風打空江月隱峯 각래신재고루상 풍타공강월은봉
마음 속 그리운 님 꿈속에 만나보니 서로 보매 초췌한 모습 그대롤세. 깨고 보니 이 내 몸 높은 누각 위에 있어 바람은 빈 강 치고 달은 산 뒤 숨었네.

그린 님을 꿈에 만났다. 수척한 모습 맥맥히 바라보기만 할 뿐 입 열어 말을 꺼내지 못했다. 말하려 하면 할수록 말문은 꽉 막혀 어버어버 안타까웠다. 내가 가지 못하니 꿈에 날 찾아 온 것인가? 혹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생긴 걸까? 화들짝 정신이 들어 깨어보니, 높은 다락 위에 누워 잠깐 든 잠이었다. 그 모습 보일까 둘러보면 텅 빈 강물 위로 바람이 지나가고, 달빛은 어느새 서편 봉우리 뒤로 숨었다. 꿈속에서도 닿을 수 없던 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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