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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곡나루 / 곽재구 . 나의 살던 고향 / 정태춘.

경호... 2012. 4. 25. 00:31

 

 

 

 

 

유곡나루 / 곽재구

 

육만 엥이란다

후쿠오카에서 비행기 타고 전세버스 타고

부산 거쳐 순천 거쳐 섬진강 물 맑은 유곡나루

아이스박스 들고 허리 차는 고무장화 신고

은어잡이 나온 일본 관광객들

삼박사일 풀코스에 육만 엥이란다

 

초가지붕 위로 피어오르는 아침 햇살

신선하게 터지는 박꽃 넝쿨 바라보며

니빠나 모노 데스네 니빠나 모노 데스네

가스불에 은어 소금구이 살살 혀 굴리면서

신간선 왕복 기차 값이면 조선 관광 다 끝난단다

육만 엥이란다 낚시대 접고 고무장화 벗고

순천 특급 호텔 사우나에서 몸 풀고 나면

긴 밤 내내 미끈한 풋가시내들 서비스 볼 만한데

나이 예순 일본 관광객들 칙사 대접 받고

아이스박스 가득 등살 푸른 섬진강

맑은 물 값이 육만 엥이란다

 

 

 

영자 / 곽재구

 

스무살 적에 넌 내 첫사랑이었지

눈화장을 하고 매니큐어를 하고

안녕하세요 파인 땡큐 영어를 하고

늘씬한 허리 쭉 뻗은 다리로

흔들흔들 내 앞을 스쳐가는 너는

그렇지 몰라보게 변한 네가

코쟁이의 노리개가 되기 전에

너는 영문과에 다니면서도 영어 한 번

서울말 한 번 쓰지 않던 해 맑은

쑥부쟁이 전라도 촌년이었지

손거울 하나 맞춤옷 한 벌 갖지 못하고

그 흔한 파마 한 번 하지 못하고

낙숫물이 새는 야학에서

코리언 보이스 비 엠비셔스

칠판 위에 또박또박 적던 너를

나는 안다 네 마음이 미친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우리들의 슬픔이 너를

한꺼번에 미치게 했음을

숨쉴 수 없는 우리들의 헐벗은 그리움이

너를 한꺼번에 돌 게 했음을

교환교수 코쟁이 양놈 팔에 매달리며

두 달 후면 한국을 떠나요

깔깔대며 내 앞을 스쳐가는 너는

그리운 내 스무살의 첫사랑이었지

 

 

 

 

 

 

 

 

나의 살던 고향 / 정태춘.

 

육만엥이란다

후꾸오까에서 비행기타고

전세버스 부산거쳐 순천거쳐

섬진강 물 맑은 유곡 나루 음

아이스박스들고 허리차는 고무장화 신고

은어잡이 나온 일본 관광객들

삼박 사일 풀코스에 육만엥이란다

 

아- 초가지붕 우로

피어오르는 아침햇살

신선하게 터지는 박꽃넝쿨 바라보며

 

니빠나 모노데스네 니빠나 모노데스네

깨스불에 은어 소금구이

혓바닥 사리살살 굴리면서

신칸센 왕복 기차값이면

조선관광 다 끝난단다 음 음 육만엥이란다

 

아 초가지붕 위로

피어오르는 아침햇살

신선하게 터지는 박꽃넝쿨 바라보며

 

니빠나 모노데스네 니빠나 모노데스네

낚싯대 접고 고무장화 벗고

순천의 특급호텔 사우나에 몸 풀면

긴 밤 내내 미끈한 풋가시내들

써비스 한번 볼만한데 음 음

 

환갑내기 일본 관광객들

칙사 대접받고 그저 아이스박스 가득 가득

등살 푸른 섬진강 그 맑은 몸값이

육만엥이란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나니 나니나 (좆돼부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