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라스의 여자 / 문정희
마지막 화살을 쏘아버린 퀭한 눈을 하고 긴 손톱으로 담배를 피우는 여자
아무렇게나 풀어헤친 머리칼 주름 진 입술에 붉은 술을 붓는 여자
쉬운 결혼들, 그보다 더 쉬웠던 이혼들 그러나 모든 게 좋아 가끔 외롭지만 그것도 좋아 그 많은 상처와 그 많은 고백들은 무슨 꽃이라 부르는지 몰라도 좋아
덧없는 포용, 바람처럼 사라진 심장 소리 말하자면 통속이지만 그 아픔이 모여 인생이 되지
도깨비 비늘처럼 달라붙을까 봐 날렵한 농담으로 피해가는 뒷모습들을 바라보며 홀로 어깨를 들썩이며 웃는 테라스의 여자
생전 처음 만났는데 어디선가 많이도 보았던 수많은 저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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