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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진 촛불 / 모윤숙

경호... 2012. 1. 19. 15:36

 

 

 

 

 

 

꺼진 촛불 / 모윤숙

 

그는 나에게 흰 수건에 싼

가느다란 촛대를 보내며

그 불이 영원히 살아있을것이라

내 귀에 속삭이고 갔다

 

마음속 향로위에

그가 보낸 촛대를 조심히 세웠건만

한 폭의 시절 한 고개의 산도 넘기 전

촛불은 새까맣게 꺼지고 말았네

 

그대가 주신 촛불이

오늘엔 험한 바람에 꺼졌습니다

가슴에 타오르는 따뜻한 피도

지금은 싸늘히 식었습니다

 

 

 

 

나의 별 / 모윤숙

밤마다 나의 창문 가에
밤 새워 깨어있는 나의 별아
너와 나 사이 길은 멀고도 멀어
저녁이면 내미는 이 팔이
오늘 밤도 창문턱에 고달피 누웠다.

이 마음의 떠 있는 그 사람과 같이도
영원히 푸르러 있는 나의 별아
너와 나 사이 검은 공간은 꿈같이도 아득해
밤마다 헤엄치는 나의 나래는
오늘 밤도 내 자리에 피곤히 돌아왔다.

오 나의 별 나의 사랑하는 너
나는 너의 푸른 눈동자에 취하여
맑은 영혼의 강변에 잠들고 싶다
맘 아픈 인생의 허무한 잠꼬대를
너의 빛 아래서 산산히 깨쳐 보고 싶다.

이 마음의 그리움이 구슬로 피었다면
흩어진 설움의 이 내 곡조를
한 줄 두 줄 이어서 그 하늘에 매이련만
무궁한 창공은 높고도 멀어
그리운 이 꿈은 깰 길도 없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