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영상시 사랑하는 사마천 당신에게/문정희 경호... 2011. 10. 31. 01:54 사랑하는 사마천 당신에게/문정희 세상의 사나이들은 기둥 하나를 세우기 위해 산다 좀더 튼튼하고 좀더 당당하게 시대와 밤을 찌를 수 있는 기둥 그래서 그들은 개고기를 뜯어먹고 해구신을 고아먹고 산삼을 찾아 날마다 허둥거리며 붉은 눈을 번득인다 그런데 꼿꼿한 기둥을 자르고 천년을 얻은 사내가 있다 기둥에서 해방되어 비로소 사내가 된 사내가 있다 기둥으로는 끌 수 없는 제 눈속의 불 천년 역사에다 당겨놓은 방화범이 있다 썰물처럼 공허한 말들이 모두 빠져나간 후에도 오직 살아 있는 그의 목소리 모래처럼 시간의 비늘이 쓸려간 자리에 큼지막하게 찍어놓은 그의 발자국을 본다 천년 후의 여자 하나 오래 잠 못 들게 하는 멋진 사나이가 여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