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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 문정희

경호... 2012. 5. 25. 13:24

 

 

 

 

 

 

 

 

 

 

순간 / 문정희 


찰랑이는 햇살처럼
사랑은
늘 곁에 있었지만
나는 그에게 날개를 달아주지 못했다

쳐다보면 숨이 막히는
어쩌지 못하는 순간처럼
그렇게 눈부시게 보내버리고
그리고
오래오래 그리워했다


 

 

풍선 노래 / 문정희

나를 가지고 놀아줘
허공에 붕붕 띄워줘
좀 더 좀 더 입으로 불어줘
뜨거운 바람 넣어줘
부드럽고 탱탱한 살결
주물러 터뜨려줘
아니, 살살 만져줘
그만 터져버릴 것만 같아
내 전신은 미끄러운 빙판
삶 전체가 위험에 노출되어 있어
날카로운 시간의 활촉이 나를 노리고 있어
열쇠는 필요 없어
바람의 순간을 즐겨줘
아니, 신나게 죽여줘

 

 

 

보석의 노래 / 문정희

 

만지지 말아요
이건 나의 슬픔이에요
오랫동안 숨죽여 울며
황금시간을 으깨 만든
이것 오직 나의 것이에요

시리도록 눈부신 광채
아무도 모르는 짐짓 별과도 같은
이 영롱한 슬픔 곁으로
그 누구도 다가서지 말아요

나는 이미 깊은 슬픔에 길들어
이제 그 없이는
그래요
나는 보석도 아무것도 아니에요